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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타이틀이 ‘루갈다’이다. 처음 들을 때 ‘외국곡인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나중에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한 이순이 루갈다와 유중철 요한의 순교사를 다루는 오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전면에 종교적 색채가 깔려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겠다. 그러나 오페라를 보면 볼수록 오페라 ‘루갈다’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설득력이 종파성을 압도하고 있었다. 땅을 딛고 사는 인간에게 리비도의 욕망은 집요한 본능이다. 이 욕망을 억누르고 초월성을 바랄 때 감내해야하는 고통을 이토록 실감나게 그려낸 오페라가 또 있을까.
때문에 오페라 ‘루갈다’는 기존의 한국 창작 오페라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편견을 일거에 날리는, 시쳇말로 대박을 예감하는 진한 감동을 주었다. 실제로 눈물을 닦는 청중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창작 오페라가 눈물을 흘리게 하다니…. 이러한 성공의 배후를 따져본다면 무엇보다 6편의 오페라를 썼다는 작곡가 지성호의 노련함이 일궈낸 성과라 본다. 아리아뿐만 아니라 가수들의 동작과 상황을 암시하는 음악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관현악적 기법이 탁월하다. 우리나라 작곡가들이 관현악 기법의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별로 없어 어설픈 것에 비교하면 단연 발군이다.
특히 ‘내안에 누가 있사옵니까’의 이중창은 갈등의 묘사가 리얼하여 거대한 모악당이 숨죽이는 듯 했다. 옥중 미사 부분의 합창음악은 신비로움과 종교적 영성이 가미되어 앞으로 교회나 성당에서 많이 활용될만하다. 가수들의 가창력과 연기력도 돋보였다. 루갈다 역 박현주의 하이 C에서의 피아니씨모는 전율스러웠다. 음색도 적당한 그늘이 드리워 져 있어 ‘루갈다’에 적합했다. 요한 역 이규철은 가창시 품어내는 아우라가 빛나고 강력했으며 무엇보다 연기력이 탁월했다. 형관 역 이대범은 악역에 빙의된 저력있는 톤과 임장감이 압도적이었다. 종합하자면 오페라 ‘루갈다’는 베스트 캐스팅이었다.
대개 역사물이 사실 전달에 집착하여 구구절절 설명적이다 보니 실패하기 마련인데 대본 작가 김정수는 루갈다와 요한을 확실하게 전면에 배치하고 시대적 상황은 배후로 몰아 이 오페라의 예술성을 높이는데 성공하였다. 연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과장됨과 어색함이 없었고 파스텔 톤의 조명이 깔끔하고 세련돼 보였다. 합창과 오케스트라도 호연을 보여 주었다.
그동안 호남오페라단은 지역적 소재를 가지고 오페라의 토착화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온 단체로 알고 있다. 이번 오페라 ‘루갈다’에서도 국악기와 판소리가 어떤 이질감 없이 잘 스며들어 호남오페라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내년에 예고된 이태리 공연에서 한류를(Korea-Creative Opera)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데 호남오페라단이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자못 기대가 된다.
글=오페라 연출가 이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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